가입자수 내기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던 서비스의 오픈 날, 점심을 먹고 들어와 정신없이 서비스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데 개발팀 수장인 CTO의 제안으로 퇴근시간인 저녁 7시까지 몇 명의 회원이 가입을 할지 내기를 하게 되었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해당 서비스를 개발한 개발팀원들은 보통 1~3천명 사이에 걸었고, 임원들은 통 크게 3~5천명 사이에 걸었다.
나는 해당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거나 개발한 팀도 아니고 타 서비스 팀의 기획자로서 보조 기획자로 도움을 줬을 뿐이기 때문에 사실 내기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CTO가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우리 팀에 와서는 우리 팀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내 옆자리에 앉은 개발자에게 왜 참여하지 않냐며 묻길래 1만원 내기로 큰 부담도 없는 데다 잔소리가 듣기 싫어 선뜻 참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보통 이런 전사적인 내기는 누가 이겨도 그 돈을 개인이 가져가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어차피 간식비 정도로 쓰일 것이 뻔해 슬랙의 팀 채널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글이 돌았기 때문에 누구 하난 참여를 해야 할 것 같아 참여했다.
여하튼 아무리 사전예약 가입자가 많았고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썼다 할지라도 4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데다 미흡한 준비와 운영 상태로 인해 가입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여 가장 낮은 7백명에 걸었고 이를 들은 한 임원은 조용히 7백명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구박을 했다.
그런데 불과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마지막으로 마케팅팀 수장이 6백명에 걸었다. 그 숫자를 들은 회계담당자가 전 사원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마케팅비로 도대체 얼마를 갖다 썼는데 그렇게도 자신이 없어 6백명에 거냐고 호통을 쳤다. 평소 직원들 사이에서 마케팅을 못해도 너무 못해 돈 먹는 하마라며 욕을 먹고 있었던 지라 다들 회계담당자의 호통에 속 시원해했다.
그리고 저녁 7시, 회원 가입자수는 2백 초반에 그쳤고 결국 마케팅팀 수장이 승리를 했는데 모인 금액은 다음날 전액 간식을 쏘는 데 사용됐고 간식을 먹을 때 마케팅팀은 간식과 함께 욕을 먹어야 했다.

그렇게 마케팅팀은 돈도 명예도 명분도 잃은 승리를 했다.
이렇게 전략적이지 않은데 무슨 마케팅을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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