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폭파되었다.

부제 : 대다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

그들(비 IT 조직)의 문제

  1. 제 3자 또는 투자자의 시각
    회사의 매출을 만들고 있는 기존 조직들은 당장은 돈만 먹는 조직인 DT부서를 제 3자 또는 투자자의 시각으로만 바라본다.

  2. 이해 부족에 대한 반응
    IT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면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볼 것 같지만 역시나 피는 못 속이는지 조선말 쇄국정책을 펼쳤던 흥선대원군이 떠오른다.

  3. 의심과 반대
    우린 점령군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역시나 자동화와 그로 인한 업무 재배치는 필연적이다 보니 점령군으로 의심하며 일단 모든 행동에 반대를 한다.

한 회의였다.
그들은 시장에 이미 여러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데 도대체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차별성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반면 기존 플레이어와 비교해 왜 이런 기능이 존재하지 않느냐며 해당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질문과 답변이 몇 시간째 반복되고 있으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일까?

불리한 상황이나 이해를 못 시키는 상황에선 설명이나 설득보단 차라리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 낫다. 난 면접 때도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으면 답변보단 오히려 반문을 한다.


우리(IT 조직)의 문제

IT분야에 대해서는 우리가 전문가라며 강하게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때문에 항상 경청하는 자세로 다가가되 기존 조직의 정치질에는 단호하게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태세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당신들이 쌓아놓은 컨텐츠가 핵심이지 IT서비스나 기술은 차별성이나 경쟁력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아마도 속마음은 아닐지언정 회사를 여기까지 성장시킨 그들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컨텐츠가 핵심이니 온라인을 위한 컨텐츠 가공에도 신경을 많이 써달라는 의미로 그렇게 이야기했으리라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이 계속 차별성을 찾아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그들은 IT프로젝트나 기술 등을 모르기 때문에 대다수 디자인과 기능에서 그 차별성을 찾으려고 했다. 그럼 우린 어찌 되었든 디자인과 기술을 중심으로 한 차별성을 강조했어야 했는데 차별성이 없다고 했으니 그들에겐 경쟁사와 똑같은 서비스로 보일 수밖에.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은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결국…

왜 그렇게 선배들이 비 IT기업에 가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된다. 여전히 비 IT종사자들이 바라보는 IT기술은 오프라인을 보조하거나 떠받치는 완벽한 패키지 소프트웨어이고 이 수준과 인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행과 검증을 빠르게 반복하는 애자일 스크럼 개발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실패와 보완을 반복하는 모양새일 수밖에.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한 비 IT직군 동료가 물었다.
왜 남들하고 똑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냐고?
도대체 차별성이 무엇이냐고?
그렇게 만들어서 어떻게 성공을 할 수 있겠냐고?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비교하는 경쟁사는 이미 서비스를 오픈한 지 3년이 지난 서비스다.
그들이 그렇게 잘 쓰고 있는 카카오톡의 처음은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매일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처음에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조차 못하더라.
그리고 카카오톡 이전에도 수많은 메신저 서비스가 있었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안 한다.

그런데 웃프게도 그들의 투표로 인해 IT프로젝트가 접히고 IT부서가 폭파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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