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라떼 이야기다.
기획자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사용자에게 멋진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공하는데 즐거움과 희열, 감동, 보람을 느끼며 미친 듯이 일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더 자주 싸웠다.
자기들의 포지션과 위치에서 사용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하다 보니 의견 차이가 발생해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여 싸우곤 했다. 그렇게도 결론이 안 나거나 오해나 불편한 감정이 쌓이면 퇴근 후 회사 근처의 포차에서 술 한잔을 비워내며 또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때가 말이다. 그래도 모두 사용자와 더 멋진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다투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며 또 다른 이슈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서비스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성이 높아지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다 보니 여러 업무 프로세스와 방법론들이 등장하며 예전과 같은 뜨거운 느낌보다는 차가운 프로세스가 지배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핏대를 세우거나 목소리를 높여 다툴 일도 사라졌다. 그냥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는 적당선에서 타협하는 기술과 방법만 늘었다.
그러면서 IT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면서 조직이나 동료들에 짜증 나는 점은 가치 있고 유용하고 편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집중하기보다는 조직 문화와 프로세스, 조건 등을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예전의 감정과 열정을 느끼고 싶어 더 작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곤 했으나 이젠 대다수 스타트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본질은 사라지고 주객이 전도되곤 한다.
사용자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갈수록 자신과 조직문화, 방법론과 프로세스만 남는다. 그래서 그런 과정과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 더 작은 조직으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거나 창업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꼰대 같은 라떼 이야기였지만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푸념처럼 끄적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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